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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가 한국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BYD가 지난 8월 국내에서 3,002대를 팔아 수입차 브랜드 4위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는 프리미엄을 내건 브랜드가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지리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브랜드 지커(Zeekr)가 중형 전기 SUV 7X의 고객 인도를 10월부터 시작한다는 소식입니다.
사전예약은 이미 1,500대를 넘어섰습니다.


5천만 원대 시작 가격에 최고 645마력이라는 숫자부터 심상치 않은 이 차,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5천만 원대 645마력, 숫자부터 심상치 않다

지커 7X는 트림이 세 가지입니다.


프로 5,299만 원, 맥스 5,999만 원, 울트라 6,999만 원입니다.


프로에는 지커가 자체 개발한 75 kWh 리튬인산철(LFP) '골든 배터리'가, 맥스와 울트라에는 CATL의 100 kWh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주행거리는 맥스가 국내 인증 기준 483km, 울트라가 440km입니다.


최상위 울트라 트림은 최고출력 645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9초 만에 도달합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동급 국산·수입 전기 SUV 중에서도 손꼽히는 성능입니다.

 

충전 속도도 눈에 띕니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적용해 프로 트림은 10%에서 80%까지 최단 13분, 맥스·울트라는 16분이면 충전된다는 것이 지커 측 설명입니다.장거리 주행의 가장 큰 스트레스인 충전 대기 시간을 크게 줄인 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전예약 고객들의 선택입니다.

 

가장 저렴한 프로가 아니라 주행거리가 가장 긴 맥스가 전체 예약의 59%를 차지했고, 울트라가 35%, 프로는 6%에 그쳤습니다.
가격보다 주행거리와 배터리 용량, 성능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입니다.

 

지커코리아는 사전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프라이빗 프리뷰와 시승 프로그램을 순차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커는 어떤 브랜드인가

지커라는 이름이 낯설 수 있지만, 모회사는 익숙합니다.

 

볼보와 폴스타를 거느린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이 2021년 만든 전기차 전용 브랜드입니다.
쉽게 말해 중국판 프리미엄 전기차 라인업인 셈입니다.

 

7X는 지커가 국내 시장에 처음 투입하는 차량입니다.

 

지난 6월 5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뒤 약 한 달 만에 1,000대를 넘어섰고, 9월 7일 기준으로는 1,500대를 돌파했습니다.
수치 자체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올해 8월 도요타가 1,015대, 렉서스가 840대, 아우디가 810대를 신규 등록한 것과 비교해 보면, 7X의 사전예약 물량이 상당 부분 실제 출고로 전환될 경우 기존 수입차 중위권 브랜드의 월간 판매량에 맞먹는 초기 수요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전예약은 취소가 가능해 신규 등록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실제 계약과 인도로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지커의 국내 성적표를 가를 것입니다.

 

한국 시장 공략의 승부수는 가격·충전·서비스

 

지커의 전략은 BYD와는 결이 다릅니다.

 

저가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800V 고전압 시스템과 대용량 배터리, 실내 편의사양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전략입니다.
전장 4,825mm, 축간거리 2,925mm의 차체는 테슬라 모델 Y보다 약간 크고, 539L의 적재 공간을 갖췄습니다.
전좌석 자동문, 냉온장고 옵션, 퀄컴 스냅드래곤 8295 기반 인포테인먼트 등 편의사양도 경쟁 모델 대비 밀리지 않습니다.

 

판매·서비스망 확충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사전예약 시작 당시 서울·경기·대전·부산 등 9개 판매 거점에서 차량을 선보였고, 연내 전국 14곳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서비스센터는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 11곳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생 수입차 브랜드의 고질적인 약점인 사후서비스 불안을 줄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제가 타는 모델3도 따지고 보면 '중국차'입니다. 테슬라 역시 중국 상하이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이러한 자동차를 사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차'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가격표와 스펙표를 먼저 들여다봅니다. 편견보다 숫자가 먼저 말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7X의 1,500대 사전예약도 같은 흐름 위에 있습니다.

 

그래도 남는 질문 세 가지

첫째, 보조금입니다.
지커 7X의 공식 보조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업계 추정치로는 프로 트림 기준 국고보조금 최대 580만 원 수준이 거론되지만, 확정 수치는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중국 생산 수입차인 만큼 국내 공급망 기여도 평가가 반영돼 국산·합작 생산 차량보다 보조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보조금 확정 전 구매를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둘째, 주행보조 사양입니다.
중국 현지 일부 사양에 적용되는 라이다 기반 주행보조 시스템 대신, 국내 판매 차량에는 레이더·카메라 기반 레벨 2 수준의 ADAS가 적용됩니다.
중국에서 강조되는 지커의 첨단 주행 기술을 국내에서 그대로 경험하기는 어렵다는 점은 상품성 평가의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브랜드 신뢰입니다.
스펙과 가격은 매력적이지만, 한국 소비자에게 지커는 아직 낯선 이름입니다.
중고차 잔존가치, 장기 내구성,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지원 같은 것은 시간이 지나야 증명됩니다.
1,500명의 사전예약자가 일종의 '얼리 어답터'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7X의 등장은 의미가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국산·테슬라·유럽 프리미엄의 삼각 구도에서, 중국 프리미엄이라는 네 번째 축으로 넓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자가 늘어날수록 소비자의 선택지는 넓어지고, 가격은 합리적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10월 인도 개시 이후 실제 오너들의 평가가 어떻게 나오는지, 함께 지켜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