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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이 전기차 3대를 가져다가 재봤습니다.

 

기아 EV6, 현대 아이오닉5, 테슬라 모델3.

 

상온과 저온에서 계기판 숫자와 실제 주행거리를 비교했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온 영하 1℃에서 테슬라 모델3의 계기판은 571km를 가리켰는데, 실제로는 451km를 달렸습니다.

 

120km가 증발한 겁니다.

 

고장일까요, 속임수일까요.

 

둘 다 아닙니다.

 

계기판 숫자의 계산법이 다를 뿐입니다.

 

오늘은 계기판의 주행가능거리 계산법을 뜯어보겠습니다.


주행가능거리 GOM은 '추측'이라는 뜻입니다

계기판의 주행가능거리를 업계에서는 GOM이라고 부릅니다.

 

Guess-O-Meter, 추측 계기라는 뜻입니다.

 

이름부터가 정확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있습니다.

 

계산식은 단순합니다.

 

남은 배터리 에너지에 최근 주행의 전비를 곱합니다.

 

60kWh가 남았고 최근 전비가 5km/kWh였다면 300km를 표시합니다.

문제는 '최근 전비'가 계속 바뀐다는 겁니다.

 

어제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렸으면 전비가 낮게 찍히고, 오늘 시내를 천천히 다녔으면 높게 찍힙니다.

 

표시 숫자는 어제의 운전으로 오늘을 예측합니다.

 

그래서 출렁입니다.

 

출발할 때 380km라더니 10km 달렸는데 340km가 되는 게 고장이 아닌 이유입니다.

내연기관차의 남은 연료 경고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기름은 리터가 고정 단위라 예측이 단순합니다.

 

전기는 같은 1kWh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가는 거리가 천차만별입니다.

 

히터를 켜는지, 고속으로 달리는지, 오르막인지에 따라 전비가 2배까지 벌어집니다.

 

GOM이 추측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테슬라와 현대·기아는 계산법이 다릅니다

같은 GOM인데 제조사마다 철학이 다릅니다.

 

소비자원 시험 결과가 그 차이를 보여줍니다.

 

상온에서 EV6는 계기판 452km에 실제 451km, 아이오닉5는 437km에 435km로 표시와 실제가 거의 같았습니다.

 

테슬라 모델3는 계기판 554km에 실제 520km로 6% 짧았습니다.

 

저온에서는 차이가 더 벌어졌습니다.

 

EV6는 표시 374km에 실제 352km, 아이오닉5는 표시 367km에 실제 332km.

 

테슬라는 표시 571km에 실제 451km로 21%나 짧았습니다.

 

왜 이렇게 다를까요.

 

테슬라는 공인 연비(EPA) 기준의 고정된 숫자를 표시합니다.

 

운전 습관이나 날씨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배터리 잔량에 EPA 전비를 곱한 값이라, 누가 어떻게 몰든 같은 %에서는 같은 숫자가 뜹니다.

 

그래서 낙관적으로 보이는 겁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실제 전비가 떨어지는데 표시는 그대로라 격차가 벌어집니다.

 

현대·기아는 반대로 최근 주행 패턴을 반영하는 학습형입니다.

 

어제 전비가 나빴으면 오늘 표시 숫자가 보수적으로 뜹니다.

 

그래서 표시와 실제가 가깝습니다.

 

대신 어제와 오늘 운전이 다르면 숫자가 크게 출렁입니다.

 

어느 쪽이 정직한가가 아니라, 보여주는 정보의 종류가 다른 겁니다.

 

테슬라는 '배터리에 남은 에너지의 절대량'을, 현대·기아는 '어제처럼 몰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보여줍니다.

 

참고로 테슬라 내비게이션의 목적지 도착 예상 %는 별개 시스템입니다.

 

이건 경로의 고도, 속도, 날씨를 반영해 계산합니다.

 

계기판 숫자와 내비 예측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입니다.

 

장거리 갈 때는 계기판 숫자보다 내비의 도착 예상 %를 보세요.

 

같은 이유로 중고 전기차를 볼 때도 계기판 숫자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전 차주가 시내 위주로 탔다면 GOM이 후하게 뜨고, 고속도로 위주였다면 박하게 뜹니다.

 

매물 사진 속 주행가능거리는 '그 차의 습관'이지 '내가 타면 가는 거리'가 아닙니다.

 

배터리 용량(kWh)과 SOH를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주행가능거리와 연비의 숫자와 친해지는 법 4가지

첫째, % 표시로 바꿔 보세요.

 

km 숫자는 추측이지만, %는 배터리 잔량의 사실입니다.

 

테슬라는 계기판 숫자를 톡 누르면 %와 km가 바뀝니다.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면 %가 마음 편합니다.

 

둘째, 내 차의 '%당 km'를 직접 계산해 보세요.

 

사용 가능 배터리 용량에 평소 실측 전비를 곱하고 100으로 나눕니다.

 

예를 들어 사용 가능 용량 60kWh, 평소 전비 5km/kWh라면 300km가 만충 주행거리입니다.

 

1%당 3km인 셈입니다.

 

30%가 남았으면 90km를 갈 수 있다는 계산이 바로 나옵니다.

 

계기판보다 내 계산이 더 믿음직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셋째, 목적지까지 필요한 %를 역산하세요.

 

100km를 가야 하고 1%당 3km라면 34%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여유를 더합니다.

 

고속도로 위주면 10%, 겨울철이면 20%를 얹으세요.

 

"40% 남았으니 100km는 간다"가 아니라 "100km 가려면 45%는 있어야 안심"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넷째, 겨울엔 숫자를 할인해서 보세요.

 

소비자원 시험에서 저온 주행거리는 상온보다 13~24% 짧았습니다.

 

히터가 전기를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겨울철 계기판 숫자는 80%만 믿는 습관을 들이세요.

 

충전 계획도 그 기준으로 세우면 낭패가 없습니다.

 

계기판 숫자는 추측이고, %는 사실입니다.

 

추측을 사실로 바꾸는 계산법 하나만 알아두면, 겨울철 주행거리 불안의 절반은 사라집니다.

 

내일은 겨울철 주행거리를 갉아먹는 진짜 범인, 히터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히트펌프와 PTC 히터는 얼마나 다르고, 출발 전 예열은 득일까요 실일까요.

 

숫자로 따져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