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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D(Full Self-Driving)를 실사용하면서 느낀 점들을 시리즈로 기록해보려 한다. 첫 회는 도심 주행에서 꽤 자주 마주치는 상황, 바로 교차로에서 직진 중인데 앞차가 비보호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정차해 있는 경우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상황 묘사와 함께, 캐나다와 한국의 교통 문화 차이, 그리고 두 지역에서 쓰이는 FSD 버전 차이까지 함께 짚어보려 한다.
1.상황 설명
직진 차로에서 신호를 받아 교차로에 진입하려는데, 바로 앞차가 좌회전을 하려는 차량이었다. 문제는 이 차로가 직진과 좌회전이 함께 쓰이는 비보호 좌회전 차로였다는 것. 앞차는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 흐름이 끊기길 기다리며 교차로 한가운데 멈춰 서 있었고, 나는 분명 직진을 하려던 상황이었다.
사람이 운전했다면 이런 상황에서 보통 두 가지 선택을 한다.
- 앞차 뒤에서 답답하게 같이 기다린다
- 상황을 보고 재빨리 옆 차선으로 빠져나가 직진한다

2.FSD의 판단
내가 겪은 상황에서 FSD는 두 번째 선택을 했다. 앞차가 좌회전 대기로 멈춰선 것을 인식하자마자, 옆 차로에 공간이 있는지 확인하더니 자연스럽게 차선을 변경해 앞차를 우회하며 직진으로 빠져나갔다. 급하게 끼어드는 느낌이 아니라, 마치 노련한 운전자가 흐름을 미리 읽고 움직이는 듯한 타이밍이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 정차 차량과 회전 대기 차량을 구분하는 듯한 판단력: 단순히 "앞차가 멈췄다"가 아니라, 교차로 안에서 좌회전을 위해 대기 중인 상황이라는 맥락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 차선 변경 타이밍: 교차로에 완전히 진입하기 전, 아직 여유가 있는 시점에 미리 차선을 바꿨다. 교차로 안에서 급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진입 전 단계에서 판단을 끝내는 느낌이었다.
- 깜빡이와 속도 유지: 불필요하게 감속하지 않고 원래 흐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차선만 자연스럽게 바꿨다.
3. 왜 캐나다에서는 이런 대응이 자연스러울까 — 교통 문화 차이
이 장면을 보면서 캐나다와 한국의 교통 문화 차이가 새삼 크게 느껴졌다.
캐나다(적어도 내가 주로 주행하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지역 기준)에서는 비보호 좌회전 대기 차량을 뒤차가 차선을 바꿔 우회하는 행동이 꽤 일반적이고, 다른 운전자들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도로 폭이 넉넉한 곳이 많고, 교차로 진입 전 차선 변경에 대한 심리적 저항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같은 상황에서 뒤차가 차선을 바꿔 앞지르듯 빠져나가면 끼어들기로 느껴지거나, 좁은 도로 사정상 차선 변경 자체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많다. 정지선과 신호 체계, 비보호 좌회전 표지판 운용 방식도 지역마다 미묘하게 달라서, 같은 "비보호 좌회전 대기" 상황이라도 두 나라 운전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꽤 다르다.
즉 이번에 FSD가 보여준 판단은 상당 부분 캐나다식 도로 환경과 운전 문화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같은 소프트웨어를 한국 도로에 그대로 옮겨놓는다고 똑같이 매끄럽게 동작하리라는 보장은 없는 셈이다.
4. 캐나다 FSD와 한국 FSD Lite, 같은 이름 다른 소프트웨어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하나 있다. 지금 캐나다에서 쓰고 있는 FSD와, 최근 한국에 배포되기 시작한 FSD가 사실상 같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총책임자 아쇽 엘루스와미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한국에 먼저 풀린 FSD v14 Lite는 최신 하드웨어(HW4) 기준으로 학습된 모델을 구형 컴퓨터(HW3)에서도 돌아갈 수 있도록 크기를 대폭 줄인 이른바 '증류(distillation)' 버전이라고 한다. HW3는 2019~2023년경 생산된 구형 테슬라에 탑재된 칩으로, HW4 대비 연산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이 알려져 있다. 그만큼 원본 신경망을 크게 압축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프레임 처리 속도나 복잡한 상황 인식 정확도가 원본 대비 다소 떨어질 여지가 있다는 얘기도 함께 나온다.
반면 내가 캐나다에서 타는 차량은 미국산 HW4 하드웨어 기반으로, 압축되지 않은 원본 모델을 그대로 돌리는 쪽에 가깝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앞차의 좌회전 대기 상황을 미리 읽고 차선을 자연스럽게 바꾸는 판단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연산 자원과 최신 모델을 전제로 나오는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에서 제공되는 FSD는 국내 도로 환경과 교통 법규, 자율주행 관련 규제가 미국과 다르다는 이유로 미국 대비 기능이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설명도 여러 매체에서 확인된다. 여기에 하드웨어 세대 차이까지 겹치니, 같은 "FSD"라는 이름을 쓰더라도 캐나다 사용자와 한국 사용자가 체감하는 주행 품질은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2026년 7월, 테슬라가 북미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한국에 FSD v14 Lite를 공식 배포하면서 기존 오토파일럿 수준을 넘어 신호등 인식이나 얌체 끼어들기 감지 같은 한층 발전된 기능을 쓸 수 있게 됐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변화다.
5. 아쉬웠던 점
물론 캐나다 FSD도 완벽하지는 않다. 차선을 변경하는 순간 살짝 각도가 예리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고, 옆 차로에 차량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는 상황이었다면 조금 더 보수적으로 판단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사람이라면 사이드미러를 한 번 더 보고 판단했을 법한 타이밍에, FSD는 조금 더 기계적으로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느낌이랄까.
6. 정리
이번 상황만 놓고 보면, 캐나다에서 경험한 FSD는 단순히 앞차를 따라가는 수준을 넘어서 "이 앞차가 왜 멈췄는지"까지 판단해서 대응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이 경험을 한국 FSD Lite 사용자에게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 도로 환경과 운전 문화가 다르고, 무엇보다 구동되는 소프트웨어 자체가 하드웨어 제약으로 인해 압축된 버전이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는 비슷한 맥락에서 교차로에서 황색 신호등에서의 FSD의 대응을 다뤄볼 예정이다.
이 시리즈는 실제 주행 중 경험한 FSD의 판단 사례를 기록하는 개인 후기이며, 특정 상황에서의 개인적인 체감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지역, 도로 상황, 소프트웨어 버전에 따라 실제 동작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