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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크지 않은 SUV 차량에 최신 유행하는 차박을 해 보겠다고
아내를 설득해 강원도로 떠난 적이 있습니다
어디에 주차해야 할 지, 여기에 주차해도 될 지,
그늘막을 펼쳐도 될 지,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한 가운데
뒷좌석을 접고 매트를 깔았는데,
막상 누워보니 허리 밑이 붕 뜨고 창문에는 어느새 물방울이 맺혀 있고,
화장실이 멀어 아내의 눈치를 엄청 봐야했던 밤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아내는 차박을 가지 않는답니다ㅜㅜ
이렇게 차박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가 장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잠자는 구조를 먼저 정하지 않고 출발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텐트를 치는 캠핑과 달리 차박은 차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
자고, 먹고, 짐을 정리하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해서,
작은 불편 하나가 밤새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첫 차박은 장비 목록부터 채우기보다
잘 곳, 환기, 평탄화라는 세 가지부터 정하는 게 순서입니다.
이 세 가지만 먼저 잡아두면,
나머지 장비는 그다음에 천천히 골라도 늦지 않습니다.
잘 곳 정하는 순서가 차박의 절반입니다
차박에서 가장 먼저 따져볼 건 차를 어디에 세우느냐가 아니라,
그곳이 차 안에서 밤을 보내는 걸 받아주는 곳인지입니다.
차 안에서만 자는 것과 텐트나 타프를 펼치고
의자를 내놓고 취사를 하는 건 현장에서 다르게 보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장소는 느낌으로 고르지 말고,
도착했을 때 세 가지 질문으로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첫째, 입구나 주차장 안내판에 야영 금지, 주차 외 이용 금지, 심야 주차 제한 같은 문구가 있는지 살펴보고,
둘째, 그곳이 오토캠핑장처럼 숙박을 전제로 운영하는 곳인지, 아니면 그냥 주차장인지 구분하고,
셋째, 화장실이 밤에도 열려 있는지와 바닥이 평평한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입니다.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해수욕장 주변처럼 야영이 제한되는 구역에서는
차 안에서 자는 것만으로도 제지를 받을 수 있으니,
허용 여부를 안내판과 관리 규정에서 먼저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장소를 고를 때는 조용함만큼이나 빠져나갈 수 있는 여유도 중요합니다.
너무 구석진 곳은 밤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하기 어렵고,
너무 번화한 곳은 소음과 헤드라이트 때문에 잠이 깨기 쉽습니다.
그래서 첫 차박이라면 관리인이 있는 오토캠핑장이나
차박을 허용한다고 안내된 곳에서 시작하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요금을 내는 대신 화장실과 물, 쓰레기 처리 같은 기본 시설을 쓸 수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물어볼 사람이 있다는 게 첫 밤에는 큰 차이로 다가오거든요.
무료 주차장을 고른다면 도착 시간을 해가 지기 전으로 잡고,
바닥 경사를 먼저 확인한 뒤에 짐을 푸는 게 좋습니다.
경사진 곳에 세우면 자는 내내 몸이 한쪽으로 쏠려서 아침에 온몸이 뻐근해지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수평계 앱으로 바닥을 한 번 재보는 것만으로도,
밤새 고생할 일을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평탄화와 환기, 잠자는 구조를 먼저 만드세요
차박의 잠자리는 평탄화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뒷좌석을 접었을 때 생기는 단차는 생각보다 커서,
매트만 두껍게 깔아서는 허리가 뜨는 느낌이 잘 사라지지 않거든요.
단차가 있는 부분에는 접은 담요나 수납 박스로 높이를 먼저 맞추고,
그 위에 매트를 올리는 순서가 좋습니다.
베개 높이도 평소보다 조금 낮게 잡는 편이 목이 덜 뻐근하고,
발쪽이 머리쪽보다 아주 살짝 높으면 피가 다리로 쏠리는 느낌이 줄어듭니다.
매트를 사기 전에 내 차 뒷좌석을 접었을 때 길이가 얼마나 나오는지부터 재보는 게 순서인데요,
성인 키에 여유를 더하면 대략 180cm 안팎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차종에 따라서는 운전석을 앞으로 최대한 당겨야 간신히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길이가 안 맞으면 아무리 좋은 매트를 사도 발이 구부러진 채로 자야 하니,
장비보다 차의 치수 확인이 먼저입니다.
환기는 차박에서 가장 쉽게 놓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창문을 완전히 닫고 자면 밤새 내쉰 숨과 체온 때문에 차 안 습도가 올라가고,
아침에는 창문 안쪽이 물방울로 가득해집니다.
그렇다고 창문을 크게 열어두면 벌레와 소음, 보안 걱정이 생기니,
대각선 방향의 창문 두 곳을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만 열어두고
방충망을 함께 쓰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공기가 한쪽으로만 들어갔다 나가는 것보다
대각선으로 흐를 때 환기가 훨씬 잘 되거든요.
겨울철에는 히터를 켜고 자는 대신,
침낭과 전기요 같은 보온 장비를 먼저 챙기는 게 안전합니다.
시동을 켠 채로 자는 건 배기가스가 차 안으로 들어올 위험이 있고,
연료도 계속 소모되니 피하는 게 좋습니다.
전기를 쓰는 장비가 있다면 용량 계산도 미리 해두세요.
예를 들어 500Wh 보조배터리에 40W 전기요를 연결하면
단순 계산으로는 12시간 넘게 쓸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변환 손실과 추위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10시간 안팎으로 잡는 게 안전합니다.
밤새 켜두는 장비의 소비전력을 합쳐서 배터리 용량으로 나눠보는 이 계산 하나가,
새벽에 배터리가 떨어져 추위에 떠는 일을 막아줍니다.
짐과 비용, 첫 차박은 작게 시작하는 게 이깁니다
첫 차박 장비는 비싼 것부터 사기보다,
없으면 밤을 망치게 되는 것부터 채우는 게 좋습니다.
평탄화용 매트와 베개,
방충망이 달린 창문 가리개,
손전등, 물과 간단한 간식,
쓰레기봉투,
그리고 아침 결로를 닦을 마른 수건까지가
첫날의 필수 목록입니다.
이 목록을 기준으로 대략적인 첫 차박 예산을 짜보면,
평탄화 매트 3만 원부터 8만 원,
창문 가리개와 방충망 2만 원부터 5만 원,
침낭은 이미 있는 것을 쓰면 0원부터 새로 사면 5만 원부터 15만 원,
보조배터리는 용량에 따라 10만 원부터 30만 원까지로,
최소 구성은 10만 원 안팎에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합계보다 순서인데요,
매트와 환기 용품처럼 잠과 직결되는 것부터 사고,
조명이나 수납 같은 편의 장비는 첫 경험을 하고 난 뒤에
부족한 것만 더하는 편이 돈이 덜 듭니다.
차박 용품은 종류가 많아서 처음부터 풀세트로 사면,
정작 내 차에서는 쓰지 않는 물건이 절반 가까이 되기 쉽거든요.
첫날 루틴은 집 근처에서 한 번 연습해보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저처럼 멀리 떠났다가 아내 눈치 보지 마시고
멀리 떠나기 전에 집 근처 허용 장소에서 하룻밤을 자보고,
평탄화가 맞는지, 환기를 얼마나 열어야 결로가 덜 생기는지,
아침에 짐을 정리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입니다.
출발 전에 챙길 다섯 가지는
잘 곳의 허용 여부 확인,
바닥 경사 확인,
평탄화 단차 메우기,
대각선 창문 환기 준비,
그리고 아침 결로 닦을 수건 챙기기입니다.
이 다섯 가지만 챙겨도 첫 밤의 실패 확률은 크게 줄어듭니다.
그리고 떠날 때는 쓴 자리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게 차박의 마지막 절차인데요,
쓰레기는 되가져가고, 차 밖으로 내놓았던 물건은 모두 거두는 것만으로도
다음에 그곳을 찾는 사람에게 같은 기회를 남겨줄 수 있습니다.
밤에 차 안에 있을 때의 안전도 출발 전에 정해두는 게 좋습니다.
도착하면 가족이나 지인에게 위치와 귀성 예정 시간을 미리 공유하고,
차 문은 안쪽에서 잠근 채로 자는 게 기본입니다.
귀중품은 눈에 띄는 자리에 두지 말고,
밤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도 바로 문을 열고 나가기보다
차 안에서 상황을 먼저 살피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말 불안하면 그 자리에서 버티지 말고 밝고 사람이 있는 곳으로 차를 옮기는 게 맞는데요,
차박 장소를 고를 때 빠져나갈 동선을 함께 봐두면 이런 판단을 훨씬 빨리 내릴 수 있습니다.
비상용으로는 휴대폰 충전 상태를 출발 전에 가득 채워두고,
손전등과 물 한 병을 운전석 근처에 두는 것만으로도 밤중에 당황할 일이 줄어듭니다.
차박의 첫 밤은 완벽할 필요가 없습니다.
잘 곳이 허용되는 곳인지 먼저 확인하고,
허리가 뜨지 않게 평탄화를 맞추고,
창문 두 곳을 조금 열어 공기가 흐르게 하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잠 못 자고 돌아오는 밤은 피할 수 있습니다.
장비를 하나씩 더하는 재미는 그다음에 천천히 누리셔도 늦지 않으니,
첫 차박은 가까운 곳에서, 작은 구성으로 시작해보세요.
편안한 잠 한 번이 차박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이유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