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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차, 같은 배터리인데 1년 유지비가 15만 원 차이 난다면 믿으시겠어요?
비결은 차를 바꾸는 게 아니라 운전 습관에 있습니다.
전기차의 연비에 해당하는 '전비'가 1km/kWh만 달라져도 1년 충전비가 15만 원 가까이 벌어집니다.
어제 장기 주차 글 마지막에 약속드렸듯이,
오늘은 같은 배터리로 주행거리를 더 뽑아내는 운전 습관, 그리고 그 습관이 지갑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전비 1km/kWh, 돈으로 환산해봤습니다
전비는 1kWh의 전기로 몇 km를 가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휘발유차의 연비와 같은 개념이죠.
국산 전기차의 공인 복합전비는 대략 5~6km/kWh 선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운전 습관에 따라 1km/kWh씩 오르내리는 게 흔합니다.
급하게 몰면 4점대로 떨어지고, 부드럽게 몰면 6점대를 넘나듭니다.
돈으로 환산해 보겠습니다.
연간 15,000km를 탄다고 가정해 보세요.
전비가 5km/kWh면 1년에 3,000kWh가 필요하고, 6km/kWh면 2,500kWh면 됩니다.
차이는 500kWh입니다.
올해 8월 개편된 공공 완속 요금(kWh당 295원)으로 계산하면 147,500원, 약 15만 원입니다.
급속 위주로 충전한다면 17만 원을 넘습니다.
충전 손실을 제외한 단순 계산이니, 실제로는 조금 더 나옵니다.
주행거리로 환산하면 더 직관적입니다.
60kWh 배터리를 가득 채웠을 때, 전비 5km/kWh면 300km, 6km/kWh면 360km를 갑니다.
같은 배터리로 60km를 더 가는 셈입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가 편도 약 140km이니, 왕복 거리의 절반 가까이를 공짜로 얻는 셈이죠.
10년을 타면 150만 원. 어쩌면 크지 않은 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20원 더 싼 주유소를 가기위해 이리저리 헤맨 경험들 다들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15만원이 운전 습관 하나로 버는 돈이라면 무시하기 어려운 돈일지도 모릅니다.

전기를 몰래 새게 하는 습관 6가지
그럼 뭘 고쳐야 할까요.
전기를 몰래 새게 하는 습관 6가지를 정리했습니다.
급가속과 급제동
전기차는 가속이 부드럽고 빨라서 자신도 모르게 밟게 됩니다.
저도 모르게 속도를 내다 아내 눈치를 본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급가속은 모터에 한 번에 큰 전류를 흘려보내 전비를 크게 떨어뜨립니다.
회생제동이 에너지를 되돌려주긴 하지만, 잃은 것의 일부만 돌려받습니다.
애초에 잃지 않는 게 낫습니다.
고속 주행
공기저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늘어납니다.
내연 기관차는 막히는 시내보다 고속 정속주행이 연비에 더욱 좋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전기차의 경우 공기저항이 전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할 때와 120km로 달릴 때의 전기 소모량은 확연히 다릅니다.
고속도로에서 조금만 속도를 낮춰도 전비가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시간은 몇 분 늦어지지만, 전기는 훨씬 아낍니다.
히터 풀가동
겨울철 히터는 전기차 전비의 천적입니다.
내연기관차는 엔진열을 히터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의 경우 엔진이 없다보니 히터가 가장 전기를 많이 먹는 주범이랍니다.
히터를 세게 틀면 난방에만 시간당 수 kWh의 전기를 씁니다.
주행에 쓰는 전기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시트 열선과 핸들 열선은 전기를 조금만 먹으니, 히터 온도를 낮추고 열선을 활용하는 게 전비에 유리합니다.
부족한 타이어 공기압
공기압이 부족하면 타이어가 찌그러져 구름저항이 늘어납니다.
바퀴가 무거워지면 모터는 그만큼 전기를 더 씁니다.
한 달에 한 번 공기압 체크만으로 막을 수 있는 손실입니다.
불필요한 짐
트렁크에 실린 골프백, 캠핑 장비, 쌓여가는 짐들.
무게가 늘면 가속할 때마다 전기가 더 듭니다.
특히 루프박스는 무게에 공기저항까지 더해 전비에 치명적입니다.
장거리 갈 때만 달고, 평소에는 내려두는 게 좋습니다.
예열 없는 겨울철 출발
추운 아침, 차가운 배터리로 바로 출발하면 전비가 크게 떨어집니다.
충전기에 물린 상태에서 출발 전 예열을 해두면, 배터리와 실내를 집 전기로 데워 출발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전기를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전비를 늘리는 운전습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출발할 때는 가속 페달을 천천히 밟으세요.
전기차는 밟는 만큼 나가니, 발끝에 힘을 빼는 것만으로 전비가 달라집니다.
감속할 때는 브레이크 대신 회생제동을 활용하세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속도가 줄고 전기가 충전됩니다.
고속도로에서는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정속 주행을 유지하세요.
사람이 직접 밟는 것보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기 쉽습니다.
타이어 공기압은 한 달에 한 번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겨울에는 출발 20분 전 예열을 걸어두세요.
충전 중 예열이면 배터리 소모 없이 따뜻하게 출발합니다.
에코 모드도 무시하지 마세요.
가속 응답을 부드럽게 묶어주는 것만으로 전비가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저도 처음 전기차를 탔을 때는 전비가 4점대 후반에서 맴돌았습니다.
발끝에 힘을 빼고 크루즈를 자주 쓰기 시작하면서 6점대 초반으로 올라왔습니다.
같은 차, 같은 길인데 말이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 영역입니다.
내 차의 전비는 계기판의 트립 컴퓨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행 후 표시되는 km/kWh 숫자를 한 달만 기록해 보세요.
출근길과 주말 나들이의 전비가 얼마나 다른지, 히터를 켠 날과 끈 날의 차이가 어떤지.
숫자를 보기 시작하면 운전이 달라집니다.
너무 신경을 쓰면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지만 측정할 수 있어야 개선할 수 있으니까요.
전비 1km/kWh의 가치는 이제 감이 오시죠.
1년에 15만 원, 10년에 150만 원.
운전 습관 하나로 버는 돈입니다.
게다가 전기가 아껴지면 충전 횟수도 줄고, 배터리 수명에도 좋습니다.
일석삼조입니다.
다음에는 겨울이 오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히터를 켜면 주행거리가 실제로 얼마나 줄어드는지, 숫자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추워지기 전에 미리 알아두면 올겨울이 한결 수월해질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