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전기차 계약을 앞둔 분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고 또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있습니다.

 

"전기차, 불 잘 난다던데 정말인가요?"

 

지난 9월 30일, 이 질문에 대한 답의 재료가 될 만한 통계가 공개됐습니다.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2021년 24건에서 2026년 상반기 73건으로 늘었습니다.

전체 자동차 화재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새 5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숫자만 보면 불안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통계를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진짜로 알아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오늘은 2026년 현재의 숫자를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5년 새 5배"라는 숫자, 사실부터 확인하자

공개된 통계를 연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 2024년 73건, 2025년 98건, 그리고 2026년 상반기 73건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지난해 연간 수치의 4분의 3에 도달했습니다.

전체 자동차 화재에서 전기차 화재가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2021년 전체 자동차 화재 3,839건 가운데 전기차는 24건으로 0.63%에 불과했습니다.
이 비중은 2022년 1.07%, 2023년 1.75%, 2024년 1.73%, 2025년 2.33%를 거쳐 2026년 상반기에는 3.39%까지 올랐습니다.
2021년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 맞습니다.

 

다만 이 숫자를 읽을 때 함께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같은 기간 전기차 등록대수 자체가 급증했다는 점입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순수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77만 대를 넘어섰고, 정부는 2030년까지 42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차가 많아지면 화재 건수도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건수만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화재에 취약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위험도를 정확히 비교하려면 등록대수 대비 화재율까지 따져봐야 하는데,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그 계산이 되지 않습니다.
숫자를 볼 때는 분모까지 함께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건수보다 무서운 건 따로 있다: 한 번 나면 크게 난다

통계에서 진짜 주목해야 할 대목은 화재 건수가 아니라 피해 규모입니다.
전기차 화재는 발생 건수와 비교해 재산 피해 비중이 유독 높습니다.

 

2021년 전체 자동차 화재 피해액 280억 원 중 전기차 화재 피해액은 8억 8천만 원으로 3.1%였습니다.
당시 전기차 화재 건수 비중이 0.6%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피해액 비중이 약 5배 높았습니다.

 

2024년에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등의 영향으로 피해가 크게 불어났습니다.
전체 자동차 화재 피해액 434억 원 중 전기차 화재 피해액이 55억 7천만 원으로 12.8%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해 전기차 화재 건수 비중 1.7%와 비교하면 피해액 비중이 7배 이상 높았던 셈입니다.

 

2026년 상반기에도 전체 자동차 화재 피해액 198억 원 중 전기차 화재 피해액은 13억 원으로 6.6%에 달했습니다.
건수 비중 3.4%의 약 2배 수준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전기차 화재는 자주 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한 번 나면 피해가 크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것이 전기차 화재를 대하는 올바른 출발점입니다.

 

전기차 화재는 왜 다르게 타나

전기차 화재가 피해 규모가 큰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배터리 특성상 화재 진압이 어렵고, 지하주차장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면 주변 차량과 시설로 피해가 확대되기 쉽습니다.

 

 

국내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148건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주차 중 또는 충전 중에 발생한 화재가 전체의 68.3%를 차지했습니다.


운전자가 차에 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불이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뜻입니다.

 

배터리 제조사와 발화 당시 차량 상태, 최초 발화원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도 확인됐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한 번 열폭주가 시작되면 스스로 열을 내며 연쇄 반응을 일으킵니다.
일반 화재처럼 산소를 차단한다고 쉽게 꺼지지 않고, 진압 후에도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방관들이 전기차 화재 진압에 특수 장비를 동원하는 이유입니다.

 

김영진 의원도 "전기차 화재는 일반 차량 화재보다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소방청 차원의 맞춤형 화재 진압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 밀폐 공간에 특화된 소방 설비 기준 강화와 전기차 맞춤형 진압 장비 확충이 과제로 제시됐습니다.

 

전기차 오너가 오늘부터 할 수 있는 대비법 다섯 가지

불안을 숫자로만 소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알려진 특성을 알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비법이 보입니다.

 

첫째, 충전 중 이상 징후를 그냥 넘기지 마세요.
충전 중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거나, 배터리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거나,

경고등이 뜬다면 충전을 중단하고 서비스센터에 점검을 요청하세요.
전기차 화재의 68.3%가 주차·충전 중에 발생한다는 통계를 기억하면, 충전 시간대가 곧 점검 시간대입니다.

 

둘째, 지하주차장에서는 소화 설비 위치를 확인해 두세요.
만일의 상황에 대피 동선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만으로도 대응 속도가 달라집니다.
다만 화재가 시작된 차량에 가까이 다가가 직접 진압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열폭주 상태의 배터리는 예측이 어렵습니다.

 

셋째, 화재를 목격하면 119에 먼저 알리고 대피가 우선입니다.
전기차 화재임을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소방 대응 방식이 일반 차량 화재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변 차량 이동이 가능하다면 옮기는 것도 2차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지만, 안전이 확보될 때만 시도하세요.

 

넷째, 배터리 하부 충격에 주의하세요.
과속방지턱이나 노면의 돌출물을 세게 긁은 뒤에는 배터리 상태를 점검받는 것이 좋습니다.
외부 충격이 배터리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제조사 리콜과 무상점검 안내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배터리 관련 리콜은 화재 예방과 직결됩니다.
안내 문자를 받았다면 미루지 말고 점검 일정을 잡으세요.

 

제가 테슬라 모델3를 선택하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부분도 화재와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실제로 언론이나 매스컴에서 자극적인 보도를 통해 과장된 면이 있고, 또 실제로 아무 이유 없이 화재가 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무심해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안전을 확인하고 또 동승자나 자녀에게 비상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꼭 교육시키시길 권합니다.

전기차 화재는 '자주 나는 불'이 아니라 '나면 크게 나는 불'입니다.
5년 새 5배라는 숫자보다, 피해 비중이 건수 비중의 2배라는 숫자를 기억하세요.
그리고 그 숫자가 말하는 대비법을 일상에 하나씩 넣어두세요.
통계는 불안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준비를 위해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