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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영국에서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가 영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밴드2) 대상에 선정돼 1,500파운드(약 266만 원)의 가격 인하 혜택을 받게 됐다는 소식입니다.
보조금 적용 후 시작가는 3만5,495파운드(약 6,300만 원).
같은 보조금 등급의 스코다 에냐크(3만8,470파운드)보다 저렴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보조금의 조건입니다.
영국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조건 중 하나가 배터리 보증 8년·10만 마일(약 16만km) 이상입니다.
그런데 토레스 EVX의 배터리 보증은 10년·100만km.
정부가 정한 최소 기준의 6배가 넘는 거리를 보증합니다.
보증 조건 하나만 놓고 보면, 토레스 EVX는 현재 시판 전기차 중 가장 긴 보증을 내건 차입니다.
KGM 공식 카탈로그에는 '국내 최장·최초 10년/100만km 배터리 무상보증(고전압 배터리에 한함)'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브랜드의 보증은 어떨까요.
국내외 주요 브랜드의 보증 조건을 직접 정리해봤습니다.

브랜드별 배터리 보증, 직접 비교해봤습니다
국내외 주요 브랜드의 전기차 배터리 보증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KGM 토레스 EVX (국내): 10년 / 100만km, 용량 유지 조건 미공개
- 현대·기아 (국내): 10년 / 20만km, 용량 70% 유지 (일부 상용·택시 모델 제외)
- 테슬라 (국내): 8년 / 16만~19.2만km (모델·트림별 상이), 용량 70% 유지
- 리비안 R1T·R1S (미국): 8년 / 17.5만 마일(약 28만km), 용량 70% 유지
- 업계 표준 (폭스바겐·BMW·볼보·닛산 등): 8년 / 16만km (10만 마일), 용량 70% 유지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첫째, KGM의 100만km는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거리 기준으로 2위인 리비안(약 28만km)의 3.5배가 넘습니다.
둘째, 현대·기아의 국내 보증은 기간 기준으로는 KGM과 동급입니다.
10년/20만km이며, 미국 기준(10년/10만 마일·약 16만km)과 혼동하기 쉬우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국내 기준은 20만km가 맞습니다.
셋째, 테슬라는 모델별로 거리 조건이 다릅니다.
국내 기준으로 보급형 트림은 8년/16만km, 롱레인지급은 8년/19.2만km 수준입니다.
같은 테슬라라도 트림에 따라 보증 거리가 달라집니다.
넷째, 용량 유지 조건은 대부분 70%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단, KGM은 용량 유지 조건이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계약서로 별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보증서 읽을 때 꼭 확인해야 할 함정 4가지
긴 보증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보증서를 읽을 때 놓치기 쉬운 함정 4가지를 정리했습니다.
1. 70%는 '주행거리의 70%'가 아닙니다
용량 유지 70%는 배터리 용량 기준입니다.
신차 때 400km를 가던 차가 280km 아래로 떨어져야 보증 수리 대상이 됩니다.
280km까지는 '정상'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2. 기간과 거리 중 먼저 도달한 조건이 적용됩니다
10년/100만km라도 연간 1.5만km를 타는 운전자에게는 기간(10년)이 먼저 옵니다.
100만km를 다 채우려면 1년에 10만km씩 타야 합니다.
내 연간 주행거리와 맞는 조건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3. 중고차로 사면 보증이 승계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브랜드마다 보증 승계 조건이 다릅니다.
리비안은 양도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국내 브랜드의 조건은 계약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중고 전기차를 살 때는 보증 승계 여부를 서면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4. 제외 조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현대·기아는 일부 상용·택시 모델이 10년/20만km 보증에서 제외됩니다.
KGM의 10년/100만km도 '고전압 배터리에 한함'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충돌·침수 등 사고로 인한 손상은 보증 대상이 아닙니다.
보증이 길다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것은 아닙니다
보증 조건만큼 중요한 것이 실제 내구성입니다.
오스트리아의 배터리 진단 업체 Aviloo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0만 건의 독립 진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있습니다.
주요 차종의 주행거리별 배터리 잔존 용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디지털투데이 보도 기준)
- 현대 아이오닉5: 5만km 97.2% → 10만km 95% → 15만km 92.8%
- 테슬라 모델Y: 15만km 90.3%
- 테슬라 모델3: 15만km 88.94%
- 벤츠 EQA: 15만km 93.97%
보증 기간이 길다고 실제 열화가 적은 것은 아닙니다.
같은 조사를 다룬 다른 보도에서는 코나 일렉트릭이 15만km에 93.0%, 닛산 리프가 86.67% 수준으로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개별 차량의 편차입니다.
같은 모델Y라도 15만km 시점에 82.9%에서 94.9%까지 벌어졌습니다.
중고 전기차를 살 때는 보증서보다 실측 SOH 진단이 더 중요합니다.
보증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안전망이고, 실제 배터리 상태는 차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보증 볼 때 체크리스트 5가지
정리하면, 배터리 보증을 볼 때는 다음 5가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기간·거리 중 내 주행 패턴에 먼저 닿는 조건이 무엇인지 확인합니다.
- 용량 유지 기준(%)과 측정 방법을 확인합니다. (KGM은 계약서 확인 필요)
- 중고차 구매 시 보증 승계 조건을 서면으로 확인합니다.
- 상용·택시·사고 이력 등 제외 조항을 확인합니다.
- 보증 조건보다 실측 열화 데이터를 먼저 봅니다. 구매 전 SOH 진단은 필수입니다.
보증은 제조사가 배터리 품질에 대해 걸 수 있는 '자신감의 수치'이기도 합니다.
KGM이 10년/100만km를 내건 것은 그만큼 LFP 블레이드 배터리의 내구성에 자신이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보증이 길다고 해서 내 차의 배터리가 오래가는 것은 아닙니다.
보증서를 꼼꼼히 읽고, 실측 데이터를 함께 보는 것.
그것이 배터리 걱정 없이 전기차를 타는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