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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서 테슬라 FSD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최근 한국에서 들려온 자율주행 소식이 유독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KG모빌리티(KGM)가 서울 강남에서 운행 중인 심야 자율주행택시 사업에 2세대 로보택시인 토레스 EVX를 추가 투입한다는 발표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웨이모(Waymo)가 이미 여러 도시에서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 도심 한복판에서 국산 차량 기반의 로보택시가 밤거리를 누빈다는 소식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오늘은 이번 발표의 내용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1. 강남 심야 자율주행택시에 2세대 토레스 EVX가 투입됩니다

 

KGM은 자율주행 솔루션 전문 기업 에스더블유엠(SWM.ai)과 협력해, 서울시가 주관하는 '강남 심야 자율주행택시' 사업에 2세대 자율주행 로보택시인 토레스 EVX를 추가 공급한다고 9월 2일 밝혔습니다. 기존에는 코란도 EV가 투입되어 운행 중이었는데, 여기에 토레스 EVX가 합류하면서 운행 규모가 한층 확대되는 것입니다.

 

두 회사의 협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KGM과 SWM.ai은 지난 2022년 도심 주행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선행개발을 위한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2024년 9월부터 서울 강남구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에서 구역형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지원해 왔습니다. 그리고 운행 시작 이후 누적 탑승 건수는 1만 3,214건에 달합니다. 단순한 시범 운행을 넘어, 실제 승객을 태우고 밤거리를 달린 기록이 1만 건을 넘었다는 점은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실험실을 벗어나 현장에서 검증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야 시간대 강남 일대의 택시 승차난을 완화하는 것도 이 사업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입니다.

 

2. 2세대가 달라진 점 — 센서는 절반으로, 구역은 두 배로

 

 

이번에 투입되는 토레스 EVX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센서 경량화'입니다. 1세대 차량에 40여 개가 탑재됐던 외장 센서가 20여 개 수준으로 절반가량 줄었습니다. 이는 SWM.ai이 기존 자율주행택시 운행으로 축적한 주행 데이터를 학습시켜 자율주행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이를 토레스 EVX의 자체 차량 센서 플랫폼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결과입니다.

 

센서가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부품이 적어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제작 원가가 낮아지고, 시스템이 단순해질수록 고장 가능성은 줄어들며, 유지보수와 양산 측면에서도 유리해집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 서비스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잘 달리는 것'만큼이나 '싸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경량화는 기술 성숙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행 구역도 크게 넓어집니다. 기존 강남구와 서초구 일부 구간에서 운영되던 노선은 '강남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 전역인 약 20.4㎢ 면적으로 확대됩니다. 심야 시간대 택시 잡기가 어려웠던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입니다.

 

3. 규제가 열립니다 — 어린이보호구역에서도 자율주행 추진

 

기술만큼이나 주목할 점은 규제 환경의 변화입니다. 올해 1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등이 개정되면서, 교통약자 보호구역 내 수동운전 의무가 폐지되었습니다. 안전운행계획을 수립하고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으면, 어린이보호구역을 포함한 구간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KGM과 SWM.ai은 현재 어린이보호구역을 포함한 전 구간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국토교통부 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에게 가장 까다로운 구간 중 하나가 바로 어린이보호구역인데, 이곳에서의 운행이 허용된다는 것은 기술에 대한 규제 당국의 신뢰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물론 허가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안전성 검증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4. 남은 과제와 전망 — '실증 도시' 전국 확대를 향한 다음 단계

 

KGM은 이번 확대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 로드맵의 한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향후 전국 단위로 추진되는 자율주행 실증 도시 확대 정책에 발맞춰, 이중 안전 설계 등을 적용한 고도화된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밴쿠버에서 바라보는 입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데이터의 선순환' 구조입니다. 실제 운행에서 쌓인 1만 3천여 건의 주행 데이터가 AI를 고도화하고, 고도화된 AI는 센서를 줄여 원가를 낮추며, 낮아진 원가는 다시 서비스 확대를 가능하게 합니다. 북미의 웨이모가 방대한 운행 데이터로 기술 격차를 벌려온 방식과 같은 궤적입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심야·구역형 서비스에서 24시간 전역 서비스로 나아가려면, 악천후 대응, 돌발 상황 대처,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의 신뢰라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제가 매일 사용하는 테슬라 FSD와 이번 로보택시의 차이점도 짚고 넘어갈 만합니다. FSD는 개인이 소유한 차량에서 운전자를 보조하는 시스템인 반면, 강남의 로보택시는 정해진 구역 안에서 승객을 실어 나르는 '서비스형 자율주행'입니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두 기술 모두 같은 질문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바로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밤거리를 누비는 토레스 EVX의 모습은, 자율주행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심야 시간대 귀갓길이 불안했던 분들, 택시 잡기가 어려웠던 분들에게 이 작은 변화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앞으로의 운행 기록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