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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차에 탔는데 앞유리가 뿌옇게 흐려 있어서,
손으로 닦아도 얼룩만 남고 히터를 세게 틀었더니
오히려 더 뿌예지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오늘은 김서림이 생기는 이유부터 전기차가 유독 김서림에 약한 이유,
그리고 상황별로 바로 쓸 수 있는 대처 순서까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김서림이 생기는 이유,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김서림의 정체는 결로입니다.
따뜻하고 습한 실내 공기가 차가운 유리에 닿는 순간,
공기가 품고 있던 수증기를 유리 표면에 내려놓는 현상이지요.
그래서 김서림이 생기는 조건은 딱 두 가지, 습한 공기와 차가운 유리입니다.
둘 중 하나만 없애도 김서림은 사라집니다.
겨울 아침은 두 조건이 모두 갖춰지는 시간대라서,
밤새 식어버린 유리에 출근길 호흡과 젖은 옷에서 나온 습기가 달라붙는 겁니다.
사람이 한 명 탈 때마다 호흡으로 나오는 수분이 실내 습도를 끌어올리니,
동승자가 많을수록 김서림도 심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낀 자리가 안쪽인지 바깥쪽인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인데요,
손가락으로 유리를 살짝 훑어보세요. 물기가 손에 묻으면 안쪽, 안 묻으면 바깥쪽입니다.
겨울철 김서림은 대부분 안쪽에 생기고,
여름철 비 오는 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었을 때는 바깥쪽에 생깁니다.
안쪽과 바깥쪽은 원인이 반대라서 대처법도 정반대거든요.
겨울 아침 앞유리에 대한 대처법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그리고 하나 더, 김서림을 잡는 가장 빠른 길은 유리를 데우는 게 아니라 공기를 말리는 쪽입니다.
유리를 데우는 것보다 습기를 빼내는 게 즉효라서,
이 원리를 알면 아래 순서가 왜 그렇게 짜여 있는지 바로 이해가 되실거에요.
겨울 아침 차량 안이 얼마나 습한지가 감이 안 오시죠.
한 사람이 한 시간 동안 호흡으로 내뿜는 수분만 해도 수십 그램에 달하는데,
네 명이 타면 그 네 배가 차 안에 쌓입니다.
거기에 비나 눈이 오는 날 젖은 신발과 우산에서 증발하는 수분까지 더해지면,
실내 습도는 순식간에 올라갑니다.
그래서 김서림이 심한 날은 공조 설정만이 아니라 차 안으로 들어오는 수분 자체를 줄이는 게 함께 가야 합니다.
전기차는 왜 김서림에 더 약할까요
내연기관차는 엔진이라는 든든한 난로가 있습니다.
엔진에서 나오는 폐열이 따뜻한 바람의 원천이라서,
시동을 걸고 조금만 기다리면 앞유리가 금세 데워지고 김서림도 함께 걷힙니다.
그런데 전기차에는 이 폐열이 없습니다.
히터를 켜는 순간 배터리가 직접 갉아먹히는 구조라서,
지난 히트펌프 글에서 살펴봤듯이 영하 7도에서 히터를 켜고 달리면 주행거리가 41%나 줄어듭니다.
그래서 전기차 오너들은 알게 모르게 히터를 약하게 트는 습관이 생기고,
유리는 계속 차가운 채로 남아 있다 보니 김서림이 더 잘 생기고 더 오래 갑니다.
주행거리를 지키려다 시야를 잃는, 전기차만의 트레이드오프인 셈입니다.
그러니 전기차에서는 버튼 하나를 아는 것보다 순서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같은 버튼이라도 어떤 순서로 누르느냐에 따라 김서림이 걷히는 속도가 확연히 달라지거든요.
이제 상황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김서림 상황별 대처 순서 — 버튼보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먼저 출근 전, 차에 타자마자 앞유리가 뿌옇을 때입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째, 앞유리 성에 제거 버튼, 일명 디포그 버튼을 누릅니다.
부채꼴 모양 유리에 위쪽 화살표가 그려진 그 버튼인데요,
누르면 앞유리 방향으로 바람이 집중되고 차종에 따라 에어컨의 제습 기능과 외기 유입이 자동으로 작동합니다.
둘째, 에어컨(A/C)을 켭니다. 추운 날 에어컨이라니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에어컨은 공기를 차갑게 만드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습기를 빼내는 장치라서
겨울철 김서림에는 에어컨이 가장 빠릅니다.
셋째, 외기 유입인지 확인합니다.
내기 순환으로 되어 있으면 탑승자의 호흡으로 나온 습기가 차 안에 계속 갇혀서 김서림이 걷히지 않습니다.
넷째, 풍량을 올립니다.
여기서 요령이 하나 있는데요, 처음부터 뜨거운 바람을 유리에 쏘면 그 순간 오히려 더 뿌예집니다.
따뜻한 공기가 실내 습기를 더 많이 품게 되면서 아직 차가운 유리에 닿기 때문입니다.
시원하게 시작해서 유리를 말린 뒤 온도를 천천히 올리는 편이 빠릅니다.
정차 중에 앞유리를 빠르게 맑게 하고 싶다면 현대차의 안내를 참고해 보세요.
엔진을 약 2,000rpm으로 유지한 채 앞유리 성에 제거 모드를 켜고 온도와 풍량을 최대로 설정하는 방식인데요,
시야를 확보한 뒤에 출발하는 게 안전하다는 당부도 함께 붙어 있습니다.
다음은 주행 중 갑자기 김이 낄 때입니다.
시야가 흐려진 채로 주행을 이어가기보다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설정을 바꾸는 게 먼저입니다.
정차한 뒤에는 위와 같은 순서로 디포거 버튼과 풍량을 올리고,
특히 내기 순환으로 되어 있지 않은지 확인해 보세요.
장거리 운전 중에 내기 순환을 오래 유지하면 실내 습도가 계속 올라가서 김서림이 반복되니,
외기 유입으로 바꿔두는 것만으로도 재발이 많이 줄어듭니다.
마지막으로 뒷유리와 사이드미러입니다.
뒷유리에는 바람이 가지 않으니 다른 장치를 씁니다.
사각형에 물결이 그려진 버튼이 뒷유리 열선인데요,
유리 안에 들어 있는 열선이 직접 유리를 데워줍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장치라 대개 몇 분 뒤에 자동으로 꺼지도록 만들어져 있고,
다 안 걷혔으면 다시 누르면 됩니다.
사이드미러 열선도 함께 켜지는 차가 많으니 비 오는 날 거울이 흐려질 때도 이 버튼을 기억해 두세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뒷유리 안쪽을 거친 것으로 함부로 닦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열선이 유리 안쪽 면에 붙어 있어서 문지르다 끊어지면, 한 줄만 안 걷히는 자국이 영원히 남습니다.
참고로 현대차·기아의 오토 디포그 같은 자동 기능이 있는 차량은
앞유리 습도가 오르면 단계별로 알아서 작동합니다.
기아의 안내에 따르면 이 기능이 작동하는 동안
순환 버튼을 이리저리 조작하면 오히려 습기 제거 효과가 줄어들 수 있으니,
김서림이 급하다고 이것저것 누르기보다 기능이 작동하도록 두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김서림이 자꾸 생긴다면 — 재발 막는 평소 관리
대처 순서를 알아도 김서림이 자꾸 생긴다면 실내 습기 관리로 눈을 돌려보세요.
유리 안쪽에 먼지나 유분이 남아 있으면 김이 훨씬 쉽게 서리니,
유리 안쪽을 주기적으로 깨끗이 닦아두는 게 기본입니다.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젖은 신발과 우산에서 나온 수분이 바닥 매트에 스며들어 실내 습도를 끌어올리니,
젖은 매트는 틈틈이 말려주고 젖은 옷가지도 차에 오래 두지 마세요.
김서림 방지 코팅제를 발라두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아 주기적으로 다시 발라줘야 합니다.
외부 주차가 잦다면 앞유리 커버를 씌워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밤사이 유리에 내려앉는 서리와 성에를 막아주니 아침에 유리를 데우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시중 방지제가 부담스럽다면 주방세제를 얇게 발라 닦아내는 임시방편도 알려져 있는데,
효과가 오래가지 않아 주기적으로 다시 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김서림이 생긴다면 도어 고무 몰딩이나 카펫의 누수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내로 물이 새어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거든요.
김서림은 겨울철 전기차 관리의 작은 조각에 불과합니다.
지난 글들에서 다뤘던 겨울철 동결 대처법, 히트펌프와 주행거리 이야기,
겨울 세차법과 함께 챙겨두시면 올겨울 아침 출근길이 한결 수월해지실 겁니다.
유리 이야기를 마쳤으니, 다음으로는 차를 가진 분들이라면 누구나 마주치는 세금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12월에 날아오는 자동차세 고지서, 아는 만큼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