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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담당자의 전화를 받고 고개를 갸웃한 적 있으신가요.
사고를 당했는데 돌아온 말이 "쌍방 과실로 보입니다"라거나,
내 과실이 40%라는 통보 말입니다.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데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그냥 받아들이고 맙니다.
그런데 과실비율은 처음 통보받은 숫자가 최종 답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과실비율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내 과실 10%가 돈으로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통보에 동의하기 전에 밟아볼 수 있는 5단계를 같이 정리해 보겠습니다.
과실비율, 숫자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과실비율이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양쪽 운전자에게 나누는 비율입니다.
이 비율은 보험사 담당자가 감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손해보험협회에서 펴낸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이라는 도표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사고 유형마다 기본 과실이 정해져 있고,
여기에 사고 당시의 사정을 더하거나 빼서 최종 비율을 매기는 구조거든요.
대표적인 기본 과실을 몇 가지 보면 감이 잡히실 겁니다.
신호를 위반한 차량이 정상 주행 차량과 부딪히면 위반 차량 100대 0이 기본이고요,
교차로에서 직진 차량과 좌회전 차량이 부딪히면 좌회전 차량 80대 직진 차량 20이 기본입니다.
차선을 바꾸다가 난 사고는 차선 변경 차량 70대 30이 기본이고,
후진하다 난 사고는 후진 차량 80대 20이 기본입니다.
후방 추돌은 뒤에서 들이받은 차량 100대 0이 기본이고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기본값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여기에 수정 요소가 붙으면서 숫자가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속도 위반이나 야간, 서행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점,
음주나 무면허 같은 현저한 과실이 있으면
과실이 10%에서 20% 안팎으로 더해지거나 빠지거든요.
중과실이 있는 차량에는 보통 20% 안팎을 가산하는 게 관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교차로 사고라도 누가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신호를 어겼는지에 따라 50대 50이 되기도 하고 80대 20이 되기도 하는 겁니다.
쌍방 과실이 곧 5대 5는 아닙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갈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쌍방 과실이라는 말은 양쪽 모두에게 과실이 있다는 뜻이지, 5대 5라는 뜻이 아닙니다.
70대 30도 쌍방 과실이고 90대 10도 쌍방 과실이거든요.
그런데도 통보를 들으면 왠지 절반씩 나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냥 넘어가게 됩니다.
또 하나, 경찰 조사 결과와 과실비율은 별개라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신호 위반으로 범칙금을 냈다고 해서 과실이 무조건 100%가 되는 건 아니고요,
반대로 경찰에서 과실이 없다고 나왔다고 해서 보험 과실까지 0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형사 책임과 민사상 과실은 판단 기준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경찰 조사 결과만 보고 포기하거나, 반대로 안심하는 건 둘 다 성급합니다.
과실비율은 어디까지나 보험사 간 협의와 인정기준 도표, 그리고 증거로 다투는 영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내 과실 10%가 돈으로 얼마나 될까
과실비율이 왜 중요한지는 돈으로 바꿔보면 바로 와닿습니다.
대물 배상은 상대방 수리비에 내 과실 비율을 곱한 만큼을 내 보험에서 부담하고,
내 수리비는 상대 과실 비율만큼을 상대 보험에서 받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내 차 수리비가 200만 원, 상대 차 수리비가 100만 원이고 내 과실이 30%라고 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내 수리비 중 70%인 140만 원은 상대 보험에서 받고,
상대 수리비의 30%인 30만 원은 내 보험에서 나갑니다.
자기차량손해 담보가 없다면 내 수리비에서 못 받는 60만 원은 고스란히 내 돈으로 메워야 하고요.
내 과실이 30%에서 40%로 10%만 올라가도 내 수리비에서 받는 돈은 20만 원이 줄고,
상대 수리비 부담은 10만 원이 늘어납니다.
합치면 30만 원이 움직이는 셈입니다.
대인 배상도 마찬가지라서 치료비나 합의금에서 내 과실만큼이 공제되고요,
과실이 인정된 사고는 다음 갱신 때 보험료 할증 사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과실 10%가 그냥 숫자가 아니라 몇십만 원짜리 숫자라는 걸 알면,
통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지실 겁니다.

통보를 받았을 때, 뒤집는 5단계
이제 실전 순서입니다. 과실 통보를 받았다면 아래 순서대로 움직여 보세요.
- 1단계, 통보의 근거를 물어보세요.
어떤 인정기준 도표를 적용했는지,
기본 과실이 몇 대 몇이고 어떤 수정 요소를 더하거나 뺐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겁니다.
근거를 말로만 듣지 말고, 가능하면 문자나 메일로 남겨달라고 요청하세요.
근거가 모호하면 그 자체로 다시 따져볼 여지가 생기거든요.
- 2단계, 증거를 모으세요.
블랙박스 원본 영상은 기본이고요, 사고 현장 사진, 차량 파손 부위 사진,
신호등 주기와 표지판 사진, 목격자 연락처까지 챙기면 좋습니다.
특히 상대방의 속도 위반이나 신호 위반을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면
과실 조정의 핵심 무기가 됩니다.
증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니까
통보를 받은 뒤가 아니라 사고 직후부터 모아두는 게 원칙이고요,
아직 안 모았다면 지금이라도 주변 CCTV나 목격자를 확인해 보세요.
- 3단계, 담당자에게 이의제기를 하세요.
근거를 숫자로 제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억울합니다"가 아니라
"인정기준 도표상 기본 과실은 이렇고, 상대방의 이 행동 때문에 수정 요소가 적용돼야 합니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블랙박스 영상을 함께 보내면서 어느 구간에서 무엇이 보이는지 짚어주면 담당자도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습니다.
- 4단계, 과실비율분쟁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하세요.
보험사끼리 의견이 맞지 않을 때, 보험사를 통해 심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사고 자료를 다시 검토해서 과실비율을 정해주는데,
이 결과는 보험사 간 분쟁 해결의 기준이 됩니다.
소송까지 가기 전에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카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 5단계, 그래도 안 되면 금융감독원 민원이나 소송을 검토하세요.
다만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금액이 크지 않다면 4단계 심의에서 마무리 짓는 게 현실적입니다.
그리고 어느 단계에서든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는 주의하세요.
합의서에 한 번 서명하면 나중에 과실이 바뀌어도 번복하기가 어렵거든요.
합의서 문구를 꼼꼼히 읽고, 과실 비율이 확정되기 전에는 성급하게 서명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과실비율은 정해진 답이 아니라 다투는 과정입니다
과실비율은 처음 통보받은 숫자가 그대로 굳어지는 게 아니라,
근거와 증거로 다툴 수 있는 과정이라는 게 오늘 글의 핵심입니다.
쌍방 과실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절반씩 나눈 게 아니고요,
경찰 조사 결과가 곧 과실비율도 아닙니다.
근거를 묻고, 증거를 모으고, 이의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숫자는 충분히 움직일 수 있습니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오지만,
과실비율을 대하는 자세는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영역이거든요.
통보를 받았다면 서두르지 말고,
오늘 정리한 순서대로 한 단계씩 밟아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