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제 전기차 계기판 읽는 법과 관련된 글에서

 

계기판 숫자는 추측이라고 말씀드렸었어요.

 

%는 사실이고 km는 추측이라고요.

 

오늘은 그 추측을 가장 크게 흔드는 범인을 잡아보겠습니다.

 

범인은 뜻밖에도 히터입니다.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의 절반 가까이가 히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 절반은 히터 탓입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의 시험 결과가 있습니다.

 

영하 7℃에서 히터를 켜고 달렸더니 주행거리가 41% 줄었습니다.

 

히터를 끄고 같은 조건에서 달리면 감소폭은 12% 수준이었습니다.

 

배터리 자체의 추위 탓은 12%, 나머지 29%는 히터가 갉아먹은 겁니다.

 

감소분의 약 70%가 히터 때문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왜 이렇게 전기를 많이 쓸까요.

 

내연기관차는 엔진이 달궈지면서 나오는 폐열로 실내를 데웁니다.

 

공짜 열입니다.

 

전기차에는 엔진이 없습니다.

 

열이 필요하면 배터리 전기로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전기를 태워 열을 만드는 건 배터리를 갉아먹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PTC와 히트펌프, 열을 만드는 방식이 다릅니다

 

전기 히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PTC 히터와 히트펌프입니다.

 

 

PTC는 전기 다리미와 같은 원리입니다.

 

전기를 흘려보내면 발열체가 뜨거워집니다.

 

효율은 1대1입니다.

 

1kWh의 전기로 1kWh의 열을 만듭니다.

 

성능 지표인 COP가 1이라는 뜻입니다.

 

히트펌프는 에어컨을 거꾸로 돌리는 원리입니다.

 

바깥 공기의 열을 끌어다가 실내로 옮깁니다.

 

열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옮기는 겁니다.

 

그래서 1kWh의 전기로 2~3kWh 분량의 열을 옮깁니다.

 

COP가 2~3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따뜻함을 만드는 데 전기가 절반에서 3분의 1만 듭니다.

 

숫자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영하권 날씨에 실내를 데우는 데 

 

PTC는 5~7kW를 씁니다.

 

히트펌프는 2~4kW면 됩니다.

 

해외의 대형 겨울철 실측 조사에서는 히트펌프를 단 차가 정격 주행거리의 약 83%를 지켰고, 

 

PTC만 단 차는 약 75%에 그쳤습니다.

 

8%포인트 차이입니다.

 

400km짜리 차라면 32km 차이, 충전소 한 구간 거리입니다.


내 차 히터는 어떤 방식일까요

테슬라는 2021년식 이후 모델에 히트펌프를 기본으로 답니다.

 

구형 모델S·X 초기형은 PTC 방식이니 연식을 확인해 보세요.

 

현대·기아 전기차는 차종과 트림에 따라 다릅니다.

 

히트펌프가 옵션인 차도 있고 기본인 차도 있습니다.

 

계약서나 옵션표를 확인하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히트펌프도 만능은 아닙니다.

 

영하 10℃ 아래로 내려가면 바깥 공기에서 뽑아낼 열이 줄어 COP가 떨어집니다.

 

영하 20℃ 언저리에서는 사실상 PTC 보조 히터가 나섭니다.

 

그래서 많은 차가 히트펌프와 PTC를 함께 답니다.

 

평소엔 히트펌프로 아끼다가, 혹한에만 PTC가 돕는 구조입니다.

 

내 차에 둘 다 있다는 걸 알아두면 겨울철 히터 소리가 낯설지 않습니다.

 

테슬라는 좋은 사례입니다.

 

히트펌프를 달기 전 구형 모델은 PTC만으로 실내를 데웠습니다.

 

히트펌프 도입 후 독립 테스트에서는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폭이 20~30%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같은 배터리, 같은 차체인데 히터 방식 하나로 겨울 실주행이 달라진 겁니다.

 

중고 테슬라를 고를 때 연식을 확인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021년식 이전 모델은 겨울철 전비가 한 단계 불리할 수 있습니다.

 

출발 전 예열, 전비 측면에서는 득일까요 실일까요?

 

출발 전에 차를 미리 데우면 배터리를 아낄 수 있을까요.

 

정답은 충전기를 꽂은 채로 하면 득입니다.

핵심은 전기를 어디서 끌어오느냐입니다.

 

충전기에 연결된 채로 예열하면 벽면 전기로 데웁니다.

 

배터리는 손대지 않습니다.

 

테슬라 매뉴얼은 출발 30~45분 전 예열을 권장합니다.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EV3의 사용설명서도 예약 공조 기능을 안내합니다.

 

충전 케이블이 연결된 상태의 예약 공조는 충전량 손실 없이 실내를 데워줍니다.

배터리만 데우는 게 아닙니다.

 

실내까지 데워두면 주행 중 히터가 쉴 수 있습니다.

 

출발 직후 히터가 풀파워로 돌아가는 10분을 아끼는 겁니다.

 

반대로 충전기를 안 꽂고 예열하면 배터리로 데우는 셈이라 손해입니다.

 

같은 예열이라도 전원줄 하나 차이로 득실이 갈립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영하의 아침, 실내를 데우는 데 30분 예열이 3kWh를 썼다고 해보죠.

 

집 전기료로 치면 500원 안팎입니다.

 

이 500원으로 출발 직후 히터 풀가동 10분을 아낍니다.

 

주행 중 히터가 쉴 수 있는 만큼 배터리 소모가 줄어듭니다.

 

500원짜리 예열이 주행거리 수 km를 지켜주는 셈입니다.

 

여기에 하나만 더 살펴보겠습니다.

 

시트 열선과 핸들 열선입니다.

 

몸에 직접 닿는 열선은 실내 전체를 데우는 히터보다 훨씬 적은 전력으로 충분합니다.

 

10분의 1 수준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히터는 약하게, 열선은 강하게가 겨울철 전비의 정석입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의 큰 몫은 히터가 차지합니다.

 

PTC는 1대1, 히트펌프는 2~3배 효율로 같은 따뜻함을 만듭니다.

 

출발 전 예열은 충전기를 꽂은 채로 하세요.

 

그리고 열선을 먼저 켜세요.

 

이 네 가지만 기억해도 겨울철 배터리 걱정의 절반은 사라집니다.

다음 글은 겨울 아침의 또 다른 복병 이야기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충전구가 얼어붙고, 도어 핸들이 안 열리는 아침 생각만 해도 난감합니다.

 

테슬라 공식 매뉴얼에 적힌 대처법부터, 만 원으로 끝내는 예방법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