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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아이오닉5인데 미국 사이트에서는 512km, 유럽 사이트에서는 530km라고 적혀 있습니다.

 

어느 쪽이 진짜 주행거리일까요. 정답은 둘 다 맞다는 것입니다.

 

재는 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주행거리는 나라마다 정해진 시험법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가 카탈로그 숫자가 됩니다.

 

오늘은 EPA와 WLTP, 한국 환경부 인증의 차이를 뜯어보고, 카탈로그 숫자의 함정을 피하는 읽는 법을 정리했습니다.

 

주행거리를 재는 세 가지 자

미국은 EPA, 유럽은 WLTP, 한국은 환경부 인증을 씁니다.

 

셋 다 실험실에서 정해진 주행 패턴을 돌려 측정한다는 점은 같지만, 패턴의 성격이 다릅니다.

 

 

EPA는 미국 환경보호청의 시험법으로, 다섯 가지 주행 사이클을 조합합니다.

 

도심과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에어컨을 켠 고온 주행, 영하의 저온 주행까지 포함됩니다.

 

가장 가혹한 조건을 반영하기 때문에 세 시험법 중 숫자가 가장 작게, 대신 실제 주행에 가장 가깝게 나옵니다.

 

 

WLTP는 유럽의 국제 표준 시험법입니다.

 

네 개의 속도 구간으로 구성되고 평균 속도가 EPA보다 높습니다.

 

정차 시간이 짧고 고속 구간이 길어, 같은 차라도 EPA보다 보통 5~12% 높은 숫자가 나옵니다.

 

유럽 브랜드의 카탈로그 숫자가 유독 크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한국 환경부 인증은 상온과 저온을 분리해 측정합니다.

 

같은 차의 주행거리가 '상온 500km, 저온 380km'처럼 두 개로 표기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저온 수치는 상온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겨울철 실제 주행거리를 가늠할 때 가장 정직한 지표입니다.

 

 

캐나다에도 자체 표기가 있습니다.


NRCan(천연자원부)의 연비 가이드에 전기차 주행거리가 함께 실립니다.

 

미국 EPA 시험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아, NRCan 수치는 EPA와 같거나 거의 같습니다.

 

BC주에서 차를 고를 때는 NRCan 수치를 보면 되는데, 사실상 EPA와 같은 자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같은 차, 다른 숫자 — 직접 비교해봤습니다

 

말로만 들으면 감이 안 오니, 같은 차의 두 시험법 수치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봤습니다.

 

현대 아이오닉5 스탠다드(후륜): WLTP 273마일(약 439km), EPA 245마일(약 394km) — WLTP가 약 11% 높습니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 후륜: WLTP 329마일(약 530km), EPA 318마일(약 512km) — 약 3.5% 차이입니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 사륜: WLTP 311마일(약 500km), EPA 290마일(약 467km) — 약 7% 차이입니다.

 

테슬라 모델Y 롱레인지 사륜: WLTP 331마일(약 533km), EPA 311마일(약 500km) — 약 6.5% 차이입니다.

 

같은 차, 같은 배터리인데 시험법 하나 바꿨을 뿐인데 30~45km가 왔다 갔다 합니다.

 

해외 리뷰에서 "주행거리 530km!"라는 문구를 봤다면, 그것이 WLTP 기준인지 EPA 기준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기준을 모르는 숫자는 비교의 재료가 되기 어렵습니다.

 

한국 환경부 인증 수치는 보통 EPA와 WLTP의 사이에 위치합니다.

 

상온 복합 기준이라 WLTP보다는 보수적이고, EPA보다는 넉넉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카탈로그 숫자 하나만으로는 해외 차와 직접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해외 모델과 견줄 때는 EPA 수치끼리, 국내 모델끼리는 환경부 수치끼리 비교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래서 뭘 믿어야 할까 — 실전 읽기법 4가지

첫째, 비교의 기준은 EPA로 통일하세요.

 

여러 나라의 차를 나란히 놓고 볼 때는 가장 보수적인 EPA 수치가 공통 분모가 됩니다.

 

EPA가 가장 작게 나오지만, 그만큼 허풍이 적습니다.

 

실제로 미국 자동차 매체 에드먼즈의 표준 실측에서는 신형 모델Y가 EPA 수치와 거의 같은 거리를 달렸고,

 

아이오닉5는 EPA 표시보다 오히려 더 멀리 가기도 했습니다.

 

둘째, 한국에서 산다면 저온 인증 수치를 꼭 확인하세요.

 

환경부 인증서의 저온 수치가 겨울철 데일리의 현실에 가장 가깝습니다.

 

상온 수치만 보고 계약했다가 첫겨울에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셋째, 고속도로 위주라면 표시 수치의 70~80%로 계산하세요.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실측에서는 시속 112km 정속 고속 주행 시 EPA 수치보다 30% 이상 짧게 나온 차도 있었습니다.

 

반면 시내 위주 저속 주행에서는 EPA를 넘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 주행 패턴이 고속 위주인지 시내 위주인지가 숫자보다 중요합니다.

 

넷째, 휠과 옵션이 숫자를 바꿉니다.

 

같은 트림이라도 19인치와 20인치의 인증 주행거리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카탈로그의 대표 수치가 내가 고른 옵션의 수치인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숫자가 아니라 조건을 보세요

 

주행거리는 차의 성능이 아니라 시험 조건의 결과물입니다.

 

같은 차도 자에 따라 10%씩 달라지는 것이 이 시장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카탈로그 숫자를 볼 때는 숫자 자체보다 '무슨 자로 잰 숫자인지'를 먼저 묻는 것이 순서입니다.

 

EPA를 기준으로 삼고, 저온 수치를 확인하고, 내 주행 패턴을 대입하면, 카탈로그의 함정에서 한 걸음 비켜설 수 있습니다.

 

중고차를 볼 때도 같은 잣대가 필요합니다.

 

연식별로 표시 주행거리가 다르게 적혀 있다면, 배터리가 바뀐 것인지 표기 기준이 바뀐 것인지부터 확인하세요.

 

숫자는 조건을 입고 옵니다. 조건을 벗겨내고 봐야 진짜가 보입니다.